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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영한산악회

(2009.1.22) 설악산 산행 : 한계령→끝청→대청봉→천불동계곡→설악동

업종 특성 상 주말에 근무를 하고, 대신 주중에 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중....남들 다 일할때 혼자 쉬려니, 할 일도 없고...
그래서 보통 주중 휴무일 때에는 무언가 일을 만들어서 하는 편이다.

목요일 휴무, 무엇을 할까 생각해 보다가
겨울산행을 한번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눈덮인 산의 설경도 마음껏 보고.
설경이 멋진 산은? 그야 두말할 것 없이 산 이름부터 snow가 들어가는 설악산이 아닌가.

군복무 시절, 중대장님께서 속초/간성 지역에서 현재 근무중이시라
설악산에 올랐다가 중대장님을 뵙고,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산행 들머리는 한계령으로 하고, 설악동 신흥사로 내려오기로 정했다. 겨울이라 해도 금방 지고 해서 하루만에 가기에는 다소 빠듯해 보여 심야고속 막차를 타고 미리 양양으로 이동했다.

강남고속터미널에서 23시 30분발 속초/양양행 고속버스를 타고 드디어 출발. 버스는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여 약 3시간 만에 양양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작.
양양시외터미널에서 한계령까지 가는 직행버스의 첫차 시간은 아침 7시다.
터미널 인근 피씨방에서 3시간 남짓 졸다가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양양터미널은 정말 "시골 터미널"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썰렁한 시골터미널의 전형, 양양시외버스터미널 내부)


24시간 편의점에서 김밥이랑 쏘세지 같은 비상식량을 구입한 다음, 예정시간에 도착한 한계령행 시외버스를 타고 아직 어둑어둑한 양양 읍내를 빠져나왔다. 오색입구를 거쳐 한계령에 도착한 시각은 7시 40분. 고지대라 그런지 무척 추웠다. 스틱과 아이젠, 고어텍스 점퍼, 식량 등 이것저것을 점검한 후 드디어 설악산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들머리 한계령 정상. 가운데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한계령 탐방지원센터. 본격적인 산행의 시발점이다)

한계령에서 서북주능선까지는 꾸준한 오르막이다. 다소 힘든 구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던 것 같다. 쉬지 않고 천천히 서북주능선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옮기다 보니 어느새 서북주능선 한계령삼거리에 도착했다. 8시 55분. 1시간 15분 걸렸군. 지도에는 2시간~2시간 30분 걸린다고 적혀 있었는데...그리 빨리 오른 편이 아니어서 지도에 있는 시간에 의심이 가기도..

(서북주능선 한계령삼거리로 가는 오르막 중에서 본 떠오르는 태양)

(서북주능선 한계령삼거리 이정표. 2.3km를 오르는데 1시간 15분 걸렸으니 빨리 온 셈인가? 저 뒤로 장쾌한 풍경이 펼쳐진다)

서북주능선 한계령삼거리에 오르니 왼편으로 귀때기청봉, 정면으로는 장쾌한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 오른편으로는 저 멀리 중청봉까지 보였다. 풍광이 장난 아니군...

(서북주능선 한계령삼거리에서 바라본 내설악. 공룡능선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10분 정도 쉬었다가 중청 방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전에 백담사에서 대청봉을 올랐을 때는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소청산장 등 거쳐가는 곳이 많았는데, 한계령에서 올라가는 길은 중청까지 경유지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암튼 중청으로 올라가는데 계속 능선이 이어졌다. 왼편으로는 내설악이, 오른편으로는 점봉산 줄기 남설악이 장쾌하게 펼쳐졌다.

(능선 우측으로 펼쳐진 남설악의 운해. 멀리 점봉산이 보인다)

(오던 길을 뒤돌아 보니 멀리 귀때기청봉이 우뚝 솟아 있군)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용의 이빨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저 멀리 보이는 황철봉)

(끝청 일대에서 본 남설악 정경)


(끝청 정상에서 바라본 귀때기청봉 및 내설악의 모습)

(해발고도 1600m 의 끝청 정상에서는 이런 운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약 2시간 남짓 걸어 끝청 정상에 도착했고, 이윽고 중청대피소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40분! 한계령에서 중청까지 4시간 걸려 도착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듯. 중청대피소에서 미리 싸온 김밥과 함께 점심을 해결하고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대청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청봉까지는 15분이면 올라가니 뭐...

(끝청에서 10분 정도 가니 드디어 중청과 대청봉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왼편이 중청봉 오른편이 대청봉)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중청대피소와 그 뒤에 우람하게 솟아 있는 대청봉)

(대청봉 정상에서 바라본 속초시내와 동해바다, 내설악, 화채능선의 모습. 속 시원한 풍광이다)

(대청봉의 이정표. 오색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다)

(대청봉에서 바라본 화채능선과 속초시내)

평일이라 그런지 늘 보던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대청봉 정상이 아니었다. 대청봉 정상에 나 혼자만 있으니 정말 묘하기도...사람이 많아 보통은 정상표지석에서 사진찍는 것도 힘든데.
날씨가 무척 좋아 속초 앞바다는 물론, 바다 위에 있는 배들까지 육안으로 선명히 보였다. 멀리는 바다까지, 가까이로는 화채능선, 공룡능선, 마등령, 황철봉까지 시원하게 펼쳐졌던 대청봉 정상.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이젠 하산할 차례. 해가 지기 전 까지는 설악동으로 내려가야 되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할 듯 싶었다. 중청대피소에서 이름 모를 산님의 호의로 뜻하지 않던 따뜻한 라면을 얻어 먹는 바람에, 시간이 다소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대청봉을 올랐다가 다시 중청대피소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점검한 후, 13시 30분-설악동을 향해 하산을 시작했다.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을 배경으로)

(소청봉 근처에서 바라본 내설악)

(소청봉의 이정표. 우측으로 비선대 방향으로 내려가면 속초)

20분 정도 걸려 소청봉에 도착했다. 여기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면서부터는 용아장성과 같은 장쾌한 풍경을 감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서 조금 머물렀다. 이윽고 희운각 방향으로 하산하기 시작. 지난번에 속초에 폭설이 내렸다고 하는데, 과연 눈이 장난이 아니었다. 난간이 있는걸 봐서 분명 계단인데, 눈으로 인해서 계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대형 루지(썰매) 경기장같았다. 조심조심 내려와 희운각에 도착하니 14시 30분.

(희운각대피소에서 본 눈집.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희운각에서 무너미고개를 넘어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갔다. 공룡능선이 저 위로 멀리 보이는데, 언제 와보나 하는 생각도 들고...천불동계곡은 눈이 많이 온데다 계곡도 얼어붙어서 여름에 보았던 풍광과는 많이 달랐다. 양폭대피소와 귀면암을 거쳐 비선대, 소공원으로 내려오니 17시 30분경. 중청에서 하산만 4시간 걸렸다. 나름 빨리 오긴 한 듯.

(무너미고개 정상. 공룡능선이 갈라지는 길. 눈이 많이 와서 공룡능선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천불동계곡. 얼어붙었지만 구불구불한 모습은 여전하다)

(귀신 얼굴을 닮았다는 귀면암. 그럴 듯 한데)


(비선대에서 신흥사로 내려오는 길. 눈이 많이 와서 좌우로 쓸어놓았다)

(신흥사에서 울산바위, 흔들바위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갈라진다)

(신흥사에 있는 거대한 철불)

(산행을 마치다-소공원 신흥사 입구)


속초시내로 이동하여 중대장님을 뵙고, 동명항에서 맛있는 회와 함께 이번 산행을 마무리지었다.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라는 말을 예를 들며, 중대장님 또한 멀리서 온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고..ㅋ

하루만에 한계령-대청봉-설악동 코스를 마무리지었다. 다소 빠듯했지만, 겨울산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이번 산행. 다음번에는 더 멋진 광경을 찾아서 나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