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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경상도

(2009.4.1) 남도의 봄 풍경을 찾아...

4월.
남도에서는 바야흐로 벚꽃의 내음이 진동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진해 군항제를 비롯, 벚꽃이 여기 저기서 사람들을 손짓하는 이때.
모처럼 주중 휴가를 이용하여 남도 땅을 둘러 볼 시간을 마련했다.

작년 이맘 때, 진해에 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3월 말이어서 그때는 벚꽃이 만개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경남 서부 내륙지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경남서부내륙, 전남동부내륙의 봄 정경을 가득 품고
광주로 이동, 서울로 올라오는 코스.
따로 적겠지만, 곽재구 님의 "사평역에서" 라는 詩의 배경을 찾아 가는 여정도 포함된 일정이다.

우선, 하루를 꽉 차게 사용하기 위해서 집에서 일찍 출발했다.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진주로 가는 06시 20분 발 우등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드디어 출발.

아침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는 버스는 약 3시간 40분여 걸려 진주터미널에 도착했다.
남쪽이라 그런지 서울보다 따뜻했다..

진주고속터미널에서 도보로 이동가능한 (2분 정도) 진주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 6시 20분 버스를 타고 굳이 진주까지 서둘러 온 이유는
진주역에서 10시 44분에 출발하는, 하루에 몇 번 운행하지 않는 경전선 열차를 타기 위해서다.
내가 갈 곳은 진주역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하동역 까지.
하동역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는 벚꽃 풍경이 진해 군항제 못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진주역 원경. 큰 도시의 기차역 치고는 아담하다. 광장 앞에 작은 정원이 로터리 모양으로 둘러쳐 있는 진주역.)

경전선 철도는 하루에 5회 정도만 운행하기에 승객도 별로 없다. 하기야 고속도로가 쭉쭉 뻗어 있으니 다들 버스로 이동을 많이 하니까.
철길은 상당히 노후화된 선로라서 최고속도도 얼마 내지 못하는데다 시골 마을마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노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림의 미학이라고 할까. 이런 기차여행이 더 좋은건 왜일까.
진주역을 출발한 열차는 1시간 정도 걸려 오전 11시 40분 경, 하동역에 도착했다. 승객이 얼마 없었기에,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다.

(하동역에 내려 진주 방향을 바라본 정경. 벚꽃이 아름답게 줄지어 피어 있다.)

(광양 방향 풍경. 얼마 되지 않은 승객들이 다 나가버린, 적막한 플랫폼.)

(대형 풍경화를 배경으로 찍은 듯. ㅋ)

하동역을 나와 하동버스터미널로 이동, 광양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1시간~1시간 반에 1대 꼴로 다니는 광양-하동간 시내버스.
재밌는 점은 하동읍내에서 섬진강만 건너면 전라남도이기 때문에
버스 내 승객들의 말투가 제각각이다.
시내버스는 광양시 소속 버스이기 때문에 (번호판도 전남 번호판) 기사님은 걸쭉한 호남 사투리를 구사하고
승객들은 하동사는 사람은 경상도 말투를, 광양사는 사람은 전라도 말투를 구사한다.
하동터미널에서 버스로 3분 정도만 가면 섬진강을 건너고, 500여미터 정도 되는 섬진강교를 건너면 말투 등 이것저것이 싹 바뀌어버리는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서울로 따지면 강북-강남보다 더 가까운 거리인데 (서울의 한강 폭은 1km가 넘어 간다)

하동을 빠져나와 전라남도 광양 땅으로 들어왔다.
섬진강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는 시내버스 차창 사이로 아름다운 벚꽃 터널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광양제철소가 멀리 보이는 망덕포구를 거쳐 진상면까지 40여분을 이동, 나를 내려주었다.

(하동에서 섬진강을 따라 가는 861번 지방도로 : 하동-광양 진월면-광양 진상면간 도로. 벚꽃이 만개하여 터널을 이루었다. 왼편에 보이는 것이 섬진강)

(하동에서 광양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 짧은 거리를 운행하지만 경상도 사투리와 전라도 사투리가 공존한다.)

전형적인 시골 면소재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상면. 여기서 다시 경전선 열차를 타게 된다.
(여느 시골 풍경과 다를 바 없는 진상면 중심가.)

(제법 오래 되어 보이는 농협건물. 내 고향마을에도 이런 농협건물이 있었는데..)

경전선 진상역.
과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이제는 역무원도 철수한, 그야말로 을씨년스러운 간이역이 되어 버렸다.

(진상역 건물. 폐역사를 식당으로 개조하는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물론 역무원은 옛날에 철수한 상태)

(멀리서 본 진상역 구내. 플랫폼이 보인다. 작은 기차역이라 기차선로도 하나 밖에 없다.)

(과거의 모습만을 간직한 채 머물러 있는 진상역 구내. 시간 또한 정지한 듯.)

(꼬불꼬불한 경전선 철길 답지 않게, 진상역 주변 철길은 곧게 뻗었다.)

진상역은 하루 5대 정도의 기차가 선다.
역은 작지만 면소재지에 있는 관계로 경전선 다른 역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열차가 많이 정차하는 편이다.
역건물과 역무원이 없는 관계로 여기서 기차를 타려면 일단 탑승 후 차내에서 승무원을 통해 표를 발권받아야 한다.

시간 맞춰 갔기 때문에 얼마 기다리지 않아 순천 방향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탑승할 수 있었다.
이제 광주 방향으로 이동할 차례.

진상역에서는 나 포함 부부로 보이는 분 두 명 까지, 모두 세 명 만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순천행 열차가 진상역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오후 2시 5분 경)

오랜만에 찾은 간이역.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 본다.

이제, 광주로 이동.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을 찾아간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그래서 쉽게 오기 힘든 남도.
남도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