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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강원도

(2006. 11. 12. 일요일)One Day Trip: 강원도 첩첩산중 골짜기를 가로지르며...(2006.11.16 작성)

 

 

 (↑ 양구 해안면의, 병풍처럼 둘러싼 험준한 산악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11월 들어 찾아온 두번째 일요일….


아직 겨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이르지만, 칼바람은 귀끝을 날카롭게 스친다.


추운 것만 제외하면,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높은 하늘.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여 주었던 일요일. 또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군생활을 했던 철원보다 더 춥고, 더 험한 강원도 산골짜기…


오늘의 목적지는 인제, 양구다.


이한치한이라고나 할까……추운 날씨를 맞아 더 추운 곳으로 갔으니….




동서울터미널에서 인제 원통으로 가는 금강고속 08시 10분 버스를 탔다.


버스는 강변북로를 맹렬한 속도로 달리더니 양평까지 40분 남짓 걸려 도착했다. 


'야…이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는데..'


하지만…..버스가 양평까지 빨리 달린 이유는, 아무래도 앞으로 많은 경유지를 거쳐 가야 되었기 때문은 아니었을지….



양평을 지나 원통까지 가는데 버스는 용문, 용두리, 양덕원, 홍천, 철정, 두촌, 신남, 인제 등 여러 시골 정류장을 들렀다 간다.


홍천 터미널에서는 20분이나 머물렀다 가고……


그다지 시간이 촉박하거나 할 것은 없었기에 머무는 것은 머무는 대로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홍천 터미널에서는 외박 나온 군인들이 여럿 보였는데…..얼마 전까지 전투복을 입었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기도….




홍천에서 인제로 들어가면서 38선을 넘는다.


소요산에서 전곡 넘어갈 때 38선 넘는 것이랑 기분이 다르다.


아무래도 집에서 먼 동네라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아담하게 자리잡은 인제읍을 지나 얼마 안 가서 종착지인 원통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0분.


철원 와수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곳 원통도 군인들의 천국(?) 이었다.


군인의, 군인에 의한, 군인을 위한 마을.


외박 나온 군인들과 가족, 애인들의 모습이 이곳 저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윽고 처음 가 보는 미지의 땅, 해안 펀치볼(punch-bowl)로 들어간다.


해안으로 들어가는 버스는 이곳 원통에서 하루에 두 대, 양구에서 세 대….총 5회밖에 없다.


대중교통으로 들어가기에는 상당히 힘든 오지 중의 오지.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면 전체가 민통선 지역 안에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도 한다.


말로만 들었던 해안 펀치볼….원통에서 11시 50분 첫차(!) 를 타고 출발.



원통에서 서화, 천도리 쪽으로 버스는 방향을 잡고


철원 지경리에서나 보았던 익숙한 풍경들이 지나간다.


원통보다 다소 작은 번화가, 천도리와 서화를 지나자 버스에 남아 있는 승객은 나까지 단 3명 뿐.


해안으로 들어가는 몇 안되는 사람들이다.


대암산 산허리를 지나자 이윽고 해안 펀치볼이 보이기 시작….


원통에서 4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하였다.


속으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사진으로만 보던 병풍 지형을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




펀치볼은 지형이 화채 그릇같이 생겨서 유래된 지명이다.


6.25 전쟁때는 치열한 격전지 중의 하나였고….


이런 지형이 우리나라에는 단 두 곳 밖에 없다고 한다.


이곳과 백두산 천지.


두 곳의 차이점은 백두산에는 물이 가득 차 있고, 이곳은 물 대신 논밭과 마을이 있다는 것.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면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 쳐져 있다.


이름하여 침식 분지라고 지리시간에 배운 기억이 난다.


혹자는 1000만년 전에 운석이 충돌해서 생긴 지형이라고도 한다.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기도 하다.




역시 강원도 산골짝이라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어제 새로 산 노스페이스 고어텍스 점퍼가 진가를 발휘하는 군….^^


산 위로 올라가 전체적으로 조망을 하고 싶었지만, 험준한 산세와 추운 날씨로 인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주위를 감상하고 시간을 기다릴 뿐.


을지 전망대와 제 4 땅굴이 인근에 있지만, 자가용이 아니면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걸어갈 수가 없으니…


다음에는 차를 몰고 다시 한 번 와 보고 싶다.




이제 해안에서 나와 양구로 이동할 차례..


양구-해안간은 하루에 버스가 3회 운행한다.


내가 탈 버스는 양구에서 12시에 출발하여 해안으로 들어왔다가 해안에서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버스…


오늘의 양구행 두번째 버스다.


버스에 몸을 싣고 해안을 빠져나간다.


험준한 가칠봉을 옆에 끼고 양구로 넘어가는 돌산령 고개에서 해안을 내려보니 사진으로 보았던 그릇 모양의 지형이 한눈에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버스를 세우고 풍경 사진을 잔뜩 찍고 싶었지만…..그저 보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산꼭대기에 있는 도솔대대, 팔랑리, 임당리 등 작은 마을 몇 곳을 지나자 약 50분 남짓 걸려 양구에 도착하였다.

 

원통에서 해안을 거쳐 양구까지…..나의 군생활보다 더 척박한 땅에서 불철주야 애쓰는 우리 군인들의 모습을 많이 지나쳐 보며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그들을 북돋워 주고 싶다.

 

양구에서는 시간이 없어서 바로 택시를 탔다. 왜냐하면 3시 10분에 양구 선착장에서 춘천으로 가는 배가 출발하기 때문이다.


택시비 10000원이 아까웠지만, 그냥 춘천까지 버스를 타고 가느니 색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큰 재미가 될 듯 싶었다.


간신히 시간 맞춰 선착장에 도착했고, 춘천 소양강 댐 까지 소양호를 가로지르는 유람선 "쾌룡호"에 몸을 실었다.


소양호는 처음 와 보았는데, 육지 속의 바다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엄청 넓은 공간을 자랑하고 있었다.


바람이 다소 부니 파도(?) 도 넘실거리고…


쾌룡호는 쾌속선이라 무척 빠른 속도로 달렸고,  소양강댐까지 걸린 시간은 약 35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춘천까지 1시간 20분은 잡아야 되니…..엄청 빨리 온 편이었다.


여튼 처음 와 본 소양호는 그 경치에 충분히 매료될 만 했고, 역시 처음 와 본 소양강 댐은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청평댐, 의암댐 같은 조그마한(?) 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소양강 댐에는 관광객들로 무척이나 북적이고 있었다. 아까 해안 펀치볼에서의 적막함과 비교될 정도로….




소양호에서 잠시 경치 구경을 하고 남춘천역으로 가는 시내좌석버스를 타고 춘천 시내로 들어왔다.


남춘천역에서 저녁 5시 30분 기차를 타고 드디어 서울로 복귀..


역시나 주말 이 시간대의 경춘선은 좌석이 매진이다. 입석 승객들로 열차는 만원이다.


술 드신 일부 아저씨들의 열차 내에서의 추태가 밉상이었지만…..




강원도 산골짜기를 이곳 저곳,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기차를 그다지 이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특이할 만한 사항이었고…


내가 이동한 루트대로 기차를 타고 간다면 그것 또한 운치 있고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뭐,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국내 여행…..자신감이 생긴다. 아직 가 볼 곳이 많기에, 현실에 충실하고 여행지에서의 이상을 꿈꾸며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여행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