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한투어_국내여행/충청도

(2009.11.3) 가장 서쪽 끝에서 낙조를 보다 (태안 신진도)

여수 향일암, 정동진, 속초, 포항 호미곶...
지금까지 일출을 보러 간 곳만 해도 여러 군데였다.
허나, 낙조를 보러 간 기억은.....그다지 없었던 것도 사실.

20대의 끝자락을 지나면서, 인생의 한 막이 닫히고 새로운 막이 열릴 것이라는.....기대감 보다는 아쉬움이 유난히 크게 다가오는 요즘.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바다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고 싶었다.

대한민국 남한 땅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곳은 백령도 혹은 소흑산도다.
거긴, 너무 멀기 때문에...배만으로도 5시간은 가야 한다고 하니...
그래서 선택한 낙조 포인트는 바로 태안반도 서쪽 끝 신진도다.


신진도로 가기 위해서는 태안까지 가서 거기서 시내버스를 타면 쉽지만, 저녁때까지 기다리기도 싫고 해서 다소 돌아가는 코스를 택했다. 대천-안면도간 여객선도 한번 타 보고 싶었고.
새로 지은 장항선 대천역의 모습. 멀리 나를 내려주고 익산으로 떠나는 무궁화호 꽁무니가 보인다.


대천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여러 번 왔었던 대천해수욕장을 지나면 대천항과 여객선터미널이 나온다.


대천항 여객선터미널 실내 전경. 이곳에서는 내가 갈 안면도 영목항을 비롯, 외연도, 장고도, 삽시도, 원산도 등으로 가는 연안여객 노선이 있다. 여객선 터미널 치곤 상당이 큰 편이다. 소매물도에 가기 위해 이용했던 통영 여객선 터미널과 느낌이 비슷했다.


내가 타고 간 대천발 영목행 원산고속훼리. 원산도 저두항, 효자도, 원산도 선촌항을 거쳐 안면도 영목항으로 들어가는 배이다. 나처럼 안면도까지 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원산도에서 내리는 승객들이었다. 몇 년 안에 대천-원산도-안면도 연육교가 완공되면 이 노선 또한 그 수명이 다 하겠지.


첫번째 들린 원산도 저두항 원경. 원산도는 처음 와 봤는데 생각보다 큰 섬이었다.


두번째 들린 효자도. 원산도와 몇백 미터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조그마한 전형적인 어촌의 모습.


세번째로 들린 원산도 선촌항. 원산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모양이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이곳에서 내렸고, 섬 내를 왔다갔다 하는 마을버스도 있는 것을 보니 작은 섬은 아닌 듯.


대천을 출발한지 한시간 조금 덜 걸려서 드디어 안면도 영목항에 도착.


안면도 영목항은 안면도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조그만 어촌 포구이다. 이곳은 영목항 입구, 77번 국도 시작점이다. 


늦은 점심을 영목항에서 회덮밥으로 해결했다. 전어무침이 반찬으로 나오고 조개탕도 실컷 나와 배불리 잘 먹었다.


영목항에서 안면도 승언리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나온 다음, 태안읍을 거쳐 신진도에 도착하니 오후 4시 40분 쯤 되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지기 시작할 터.
신진도는 태안반도 남서쪽으로 뻗어 있는 근흥면 쪽과 신진대교를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신진도 옆에 있는 조그만 섬 마도 또한 방파제로 연결되어 있다. 마도까지 시내버스가 들어오며, 마도 종점에서 신진도를 멀리 바라보니 평화로운 정경에 마음도 많이 평온해지는 듯 했다.


폐교된 마도초등학교 입구에서 바라본 마도마을과 멀리 보이는 신진도 전경


신진도와 마도를 이어주는 마도방파제의 모습. 사진 오른편(서쪽)으로 해가 지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디어 마도 뒷산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이제 신진도 방파제 쪽으로 이동, 수평선 낙조를 감상하러 간다.


마도 방파제와 신진도 방파제 사이로 뜨거운 태양이 수줍게 상기된 표정으로 수평선 아래로 점점 모습을 감춘다.
뜨거운 낙조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지난주에 순천만에 갔을 때 보지 못했던 뜨거운 일몰에 대한 아쉬움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태양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니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바다의 색감이 점점 비슷해져가는 시기.


신진도를 나와 다시 신진대교를 건너 태안으로 돌아왔다. 태안에서 서울 가는 막차를 타고 집에 오니 열시가 조금 안된 시각.
하루종일 뺀질나게 돌아다녔지만, 좋은 풍경을 뷰파인더 속에 담아서인지 뿌듯하고 가슴 속이 넉넉했던 하루였다.

이제 높은 산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일출, 일몰을 실컷 보는 여행을 계획해야 할 때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