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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경상도

(2009.12.5) 이국적 풍광, 부산 미포 건널목, & etc.

<슬램덩크>를 보면 바닷가에 붙어있는 철길과 건널목의 평화로운 풍광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기차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쏜살같이 지나가고....


마치 이런 풍광. 도쿄 인근의 가마쿠라 역 근처에 있는 건널목. <슬램덩크>로 더욱 유명해 진 곳이라고 한다.
(출처:http://hanlobby.egloos.com/4542654)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풍광을 찾아볼 수 있다. 단 바다와 나란히 뻗어 있는 철길이 많지 않지만.
바로 이곳. 부산 해운대에 면한 미포 건널목이다.


새벽 5시 10분. 밤새워가며 달려온 야간열차는 해운대역에 이상없이 도착했다. 아직 캄캄한 해운대 거리. 곳곳에 영화촬영지라는 안내판이 많다. 천만관객을 동원했다는 <해운대>가 대단했긴 대단했던 모양.


부산에 왔으니 돼지국밥을 먹어야지. 해운대에도 유명한 국밥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새벽시간이라 찾기도 애매하고 해서 아무데나 들어갔다. 순대국밥과 다른 점은 정구지(부추)가 들어가고 돼지고기로 국물을 우려냈다는 점 정도? 서울에서는 돼지국밥집 자체를 찾기 힘든데, 역시 부산에서 먹으니 맛은 조금 다른듯. 괜찮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보도는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멀리 해운대의 마천루가 보인다.
여름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피서객들과 몸짱 아가씨들로 북새통이 될 이곳.
그러고 보니 여름 해운대는 딱히 와본 기억이 없네.ㅋ


날이 점점 밝아오면서 해운대의 마천루도 조금씩 위용을 드러냈다.


해운대 바닷가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해변을 따라 걸어가면 오늘의 포토포인트, 미포건널목이 나온다.
날씨가 흐린데다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라 사진 속 전체 분위기 또한 어둡다.
우리나라에서 바닷가가 멀리 보이는 곳은 이곳 뿐이라고 하더군.
얼마 후면 동해남부선 철길이 복선화되면서 다른 곳으로 이설되기 때문에 이 건널목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부전역을 출발, 해운대역을 지나 울산 방향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가길래 잽싸게 셔터를 눌렀지만 결과는 그닥.


비만 안 왔다면 더 좋은 사진이 나왔을텐데.


멀리서 본 미포건널목. 바다가 아련히 보인다.



돌덩이를 바다를 향해 집어던지면 풍덩 하고 빠질 듯, 바다는 굉장히 가까워보인다.



흔히 말하는 "니뽕 스타일";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깊게 각인되어서 그런가. 이국적인 풍경이다.


미포 건널목을 나와 부산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로 부산역 다음 정거장인 중앙동 역에서 내렸다.
이곳에는 또다른 "철도 중단점"이 있다.
철원, 신탄리에서 볼 수 있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와 같은 철도 중단점이 아니라.
남쪽 끝에서 볼 수 있는 중단점이다.




멀리 부산역 구내가 보이는 경부선 철도중단점. 부산역 남쪽 끝에 위치한 이 또다른 철도중단점은 서울을 향해, 아니 평양, 신의주를 지나 대륙으로 뻗어가는 대동맥의 시발점이다.
부산 철도 중단점 촬영은 담이 높게 둘러져 있어서 사진찍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철도중단점 바로 옆에는 3사단 창설지 기념비가 서 있었다. 먼 부산땅에서 철원 동토의 흔적을 발견하니 무척 반가웠다.


멀리 부산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가 보인다. 날이 어느정도 밝아지니 날씨도 금새 화창해졌다. 미포건널목 사진 찍을때 날씨가 이랬다면...
그러고 보니 아직 우리나라 곳곳에 "사진빨"이 잘 받는 숨겨진 명소는 많을 것 같다. 미포건널목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좀 배워야 하겠다. 그래야 여행의 재미가 배가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