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한투어_국내여행/영한산악회

(2010.5.21.) 지리산 당일종주 도전!!(성삼재→노고단→임걸령→연하천→벽소령→음정)

지리산.
지금까지 두 번, 모두 백무동에서 세석평전을 거쳐 천왕봉을 찍고 중산리로 내려오는 코스로 다녀왔다.
하지만 지리산행의 백미는 바로 종주이기에, 언젠가 지리산 종주를 꼭 해봐야겠다고 다짐만 계속 해왔었는데....
이번 기회에 시간을 내서 다녀왔다.

흔히 지리산 종주의 정석은 "화대종주"라고 해서 화엄사부터 대원사까지 가는 코스를 일컫지만,
화대종주보다 다소 짧지만 주능선을 모두 지나가는 성삼재-중산리 코스로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성삼재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하여 당일종주라는 "말도 안 되는" 산행을 시작하였다.

3일 연휴의 시작이라 기차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당연히 서울에서 구례구까지 가는 표는 없었고, 여차저차 수소문을 하여 서대전→전주까지 표와 전주→구례구까지 표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조금 일찍 출발하여 천안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갔기 때문에 실제로 서서 간 구간은 천안에서 서대전까지 약 1시간 정도. 어둠을 뚫고 남진하는 야간열차는 등산객들로 발딛을 틈 없는 만원이었다. 일부구간이나마 좌석을 구한게 엄청 다행스럽기도...


새벽 3시 23분. 구례구역에 열차는 예정대로 도착. 수백명의 등산객들을 플랫폼 위에 토해냈다. 여기서부터 작은 전쟁이 벌어지는데..구례구역 광장으로 가서 구례/성삼재로 가는 새벽 첫차를 타야하기 때문이었다. 상당수 등산객들이 단 한대 있는 성삼재행 시내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물론 택시를 타고 성삼재까지 가도 되지만 일인당 1만 5천원 정도?를 네명 꽉채워서 가는것도 다소 부담스럽기도 해서 어떻게든 버스를 잡아 타야만 했다. 다행히 버스를 타는데 성공...다음엔 평일에 휴무를 내어 와야겠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구례구역에서 구례터미널을 거쳐 성삼재에 도착하니 새벽 4시 40분. 이제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가 시작된다. 나처럼 구례에서 시내버스릍 타고 온 사람 말고도 전국 각지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하여 온 등산객들로 인해 조그만 성삼재 휴게소 광장은 북새통이었다. 헤드랜턴을 가져왔지만 조금씩 먼동이 터 오고 있었고, 등산객들이 워낙 많아 랜턴을 굳이 쓸 필요가 없었다.


내가 가야 할 천왕봉은 28.1km가 남았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포장도로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저 멀리 보이는 중계탑 있는 봉우리가 노고단이다.


약 50분 정도 걸려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05:25) 뒤로 노고단 정상이 보인다. 나도 엄청 빨리 오고자 최선을 다 했는데..노고단 대피소에 이미 도착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인데, 성삼재-노고단-임걸령 구간은 굉장히 쉬운 구간이라 오버페이스 하기 쉬운데, 그걸 모르고 다소 오버페이스를 해버렸다. 결국 나중에 급격한 체력저하를 야기시키기도.....


노고단대피소에서 10여분 정도 올라, 노고단고개에 도착하니 마침 장엄한 일출이 진행중이었다. 촬영이 저질이라 제대로 담지는 못했다.


노고단 고개에서 이제 천왕봉, 반야봉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노고단이 저 뒤에 있지만, 시간 관계상 들르지 않고 출발.


임걸령으로 향하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멀리 노고단이 시원스레 조망되었다.


피아골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삼도봉 방향으로 진행.


임걸령을 지나 반야봉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고도 1,498m 노루목을 거쳐 전라북도,전라남도, 경상남도 경계에 있는 삼도봉에 도착하니 아침 7시 45분. 여기서 간단히 김밥 1줄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하였다.


삼도봉 표지석에서 한번 포즈 취해주시고...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 토끼봉,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길은 굉장히 가파르고 지속적인 오르막이었다. 여기서 내 저질체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 예정보다 엄청나게 시간을 까먹으며 굉장히 천천히 전진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만 올라가다 지쳐 쉬고, 또 쉬고....그놈의 연하천대피소는 왜 이리 안나오는지......연하천대피소를 알리는 마지막 0.4km 알림 표지판에서 대피소까지 체감 거리는 4km는 되었던듯....


삼도봉에서 세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연하천대피소는 뙤약볕에 많은 사람들로 인해 난민촌을 방불케 했다. 여기서 조금 쉬며 식수를 두 병 받았는데...오오..생명수도 이런 생명수가 없다.


이제 연하천 대피소를 나와 벽소령대피소 방향으로 이동.


연하천 대피소에서 0.7km를 이동하면 음정마을로 하산할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다소 고민했다. 너무 지쳐서. 그래도 벽소령까지는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힘겹게 다시 출발하였다.


연하천-벽소령 구간은 삼도봉-연하천구간 보다 비교적 무난한 코스였다. 지쳐서 군데 군데 쉬어가긴 했지만 아까보다는 수월하게 이동. 벽소령대피소가 0.7km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치면서 다 와간다고 생각했는데....그 0.7km 구간이 완전 지랄맞은 구간이었다. 힘겹게 너덜지대를 통과. 연하천을 출발한지 거의 두시간 만에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했다. 벽소령대피소 도착 시간은 13시 20분.


딱 점심때라 벽소령대피소에서 점심을 지어먹는 등산객들이 무척 많았다. 나도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고....


벽소령대피소에는 음정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이 있다. 여기서 세석대피소 까지는 6km 남짓. 3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세석 이후로는 두 번이나 가본 코스이기 때문에 세석까지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지친데다 세석까지 갔다가 하산하면 서울 올라갈 차편이 끊기고 말 것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음정마을 하산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저질체력을 한탄하면서 마치 패잔병처럼.


벽소령대피소에서 약 0.3km, 5분정도 가파른 너덜길을 통해 내려오면 다소 넓은 길과 합류하게 된다. 과거 6.25 직후에 지리산 빨치산들을 토벌하기 위해 뚫은 전술도로인데, 해발 1300고지까지 길을 낸 것이다. 덕분에 벽소령에서 이 전술도로에 이르는 0.3km를 제외하고는 음정마을까지 비교적 넓고 평탄한 하산 코스로 내려올 수 있었다.


약 1시간 40분 정도 내려오면 전술도로 겸 벽소령-음정간 등산로의 종점이 나온다. 일반 차량들이 올라가지 못하게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다.


음정마을에 도착해서 17시 5분에 함양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함양을 거쳐 동서울터미널로 돌아왔다. 음정마을에서 함양까지 이동하는데 버스기사님 왈, 벽소령에서 음정마을로 이시간대에 내려오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종주하다가 지쳐서 하산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나같은 사람들이 꽤나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지리산 당일 종주라는 거창한 포부는 저질체력에 무릎을 꿇으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체력을 길러서 지리산 종주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물론, 1박 2일 정도로 여유있게 일정을 잡아 가는 것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