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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영한산악회

(2011.3.9) 한라산 등정 (성판악→속밭→진달래밭대피소→백록담→삼각봉→탐라계곡→관음사)

2011년의 첫번째 블로그 끄적임. 그동안 글 쓰는 게 많이 귀찮았나보다.

지난 겨울 내내 딱히 돌아다닌 곳이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일지도.

드디어 어제, 그토록 가고싶어했던 한라산에 다녀왔다. 몸은 욱신거리고 피곤하지만 아직까지 정상에서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있고, 감개무량하다.

쉽게 가기 힘든 제주도라 좀처럼 시간 내기가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주중, 초특가 항공권을 득템한 결과 의미 있는 산행을 할 수 있었다. 텍스 포함 왕복 65,600원의 제주항공~!! 이런 가격으로 한번 더 다녀왔음 좋겠다.

영재君과 함께 회사 연차를 써 가면서 가본 한라산. 역시 good!!


서울에서 꼭두새벽에 출발, 오늘의 산행 기점인 한라산 동편 성판악 정류장에 내린 시각은 9시 30분.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06:55분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8시 좀 넘어서 도착, 시외버스 터미널로 이동한 뒤 12분에 한대씩 있는 5.16도로 경유 서귀포행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비교적 빡빡한 아침 일정이라 다소 정신없기도 했지만, 한라산은 당일 산행만 가능하기에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보고 가야 하는 만큼.


성판악 등산로 초입에 있는 등산 안내문. 진달래밭 대피소에 12:30분 까지 가야 하고, 정상은 14:00까지 가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다른 산과 달리 당일 산행만 가능한 한라산은 산세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우리처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서두르거나 전날 제주시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등산로 초입에 도착해야만 백록담을 구경할 수 있다. 암튼, 9시 40분 부터 산행을 시작하였기에 3시간 안에는 해발 1,500미터고지의 진달래밭까지 바짝 걸어야 할 터.


제주시내를 비롯, 저지대는 눈이 이미 녹았지만, 한라산은 달랐다. 등산로를 안내하는 철봉보다 높게 쌓여 있는 구간도 많았고.


울창한 나무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성판악 코스 등산로는 초보자도 쉽게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완만했다. 물론 고도가 높아갈수록 점차 힘든건 매한가지지만.


등산로 군데군데마다 이처럼 거리 이정표가 잘 나와 있어서 좋았다. 얼마나 왔는지 체크해 가면서 지루하지도 않았고. 북한산이나 도봉산, 설악산 등 등산로가 여러 갈래로 퍼져 있고 갈림길도 많은 산들과 달리 한라산은 등산 코스가 외길인 경우가 많고, 갈림길 또한 거의 없는 편이라 길을 잃거나 하는 염려는 그다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한시간 정도 완만한 성판악 코스를 쉬엄쉬엄 올라가서 도착한 속밭 대피소. 여기서부터 경사가 점차 세지는 편. 눈도 더 쌓여 있기에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성판악 코스에는 이처럼 고도가 100미터 상승할 때 마다 해발고도를 알려주는 작은 비석?이 있어서 산행을 체크하기에 좋다. 1,200미터인가 1,300미터 고지에 있는 고도표지석은 워낙 많은 눈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 다소 힘들어도 고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성판악 출발 후 두시간 정도 지나 도착한 사라오름 갈림길. 등산로에서 0.6km 떨어진 사라오름이라는 산정호수 분화구로 가는 길인데, 시간만 있었으면 다녀 와도 좋을 듯 했다. 하지만 진달래밭 대피소와 정상 통제 시각 때문에 그냥 pass.


진달래밭 대피소를 앞두고, 드디어 한라산 동능 정상이 조망되기 시작했다.


12시. 성판악에서 2시간 20분 정도 걸려 해발 1,500미터에 위치한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올라왔다. 이번 코스 동안의 유일한 유인 대피소인 이곳. 12시 30분이 되기 전에 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30분 정도의 휴식 시간조차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생수, 초코파이 등의 간단한 먹을거리 외에 육개장 사발면을 1,500원에 판매한다. 이정도 위치에서 이정도 가격이라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소백산 등산 때 중턱 천동쉼터에서는 컵라면을 3,000원에 팔았었는데...암튼 맛은 기가 막히다. 여길 통과하면 꼭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컵라면에 미리 사온 김밥,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와 함께 산행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어 본다.


짧은 휴식시간을 뒤로 하고 12시 30분, 진달래밭 대피소 산행 통제 시각이 되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분 먼저 올라가고 우리가 통제선 거의 마지막 등산객이었던 것 같다. 가득 쌓인 눈길 위로 저 멀리 한라산 동능 정상이 뚜렷이 조망되었다.


2,30분 정도 올라가니 시계가 확 트이면서 저 멀리 해안까지 시원하게 보였다. 날씨도 굉장히 좋아서 제주도의 해안선이 명확하게 보일 정도였고 동쪽 끝으로 성산 일출봉과 우도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유독 많이 보였던 까마귀들. 그놈들도 힘찬 날갯짓을 서두르기에 우리도 재차 발걸음을 빠르게 가져가본다.


지금까지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났었던 성판악 코스 등산로도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면 이처럼 고사목들만 있는 민둥산 코스를 지나 정상으로 이어진다. 고도 100m 상승 때마다 있었던 해발고도 표지석도 이윽고 마지막이 가까워 왔음을 알린다.


백록담에서. 천신만고끝에 도착한 후의 희열은 말로 설명 못 하겠다. ㅋ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도 장난이 아니라서. 거의 살인바람 수준이었다. 열에 한 번 정도 바람이 멎으면 그때 부리나케 포즈를 취하고 사진 속에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아 본다. 워낙 추우니 백록담의 물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흰 사슴이라도 있었으면 더 멋졌을 텐데.


해발 1,950미터 한라산 정상에서 인증샷 하나 정도는 박아줘야지 ㅋ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약 1시간 10분 걸려 13시 40분에 도착한 정상. 14시 하산 통제 시간이 되어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은 북쪽으로 난 관음사 코스로 선택. 성판악 코스보다 1킬로미터 정도 짧지만 고도차이는 더 나는 코스라서 사진과 같이 급경사의 연속 구간이라 더 난코스로 꼽히는 구간이다. 저 멀리 제주시내 정경을 바라보면서 갈 수 있기 때문에, 또 백록담 북벽과 왕관바위같은 기암절벽들을 보면서 갈 수 있어서 성판악 코스와는 다른 재미가 있는 코스이다.


2007년, 태풍 매미로 유실된 옛날 용진각대피소 자리를 지나


보기와 달리 굉장히 크게 흔들리던 흔들다리를 지난 다음,


약 한시간 정도 걸려 무인대피소인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남은 술과 안주들을 기분 좋게 나누어 처리!


삼각봉 대피소 이후 탐라계곡 대피소를 지나 관음사까지는 길이 비교적 평탄하고 넓어 하산길 또한 쉬운 편이었다.


정상에서 출발한지 3시간 40분. 오후 5시 40분에 관음사 코스로 하산 완료. 해가 제법 길어져서 아직 어둠이 찾아오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관음사에서 택시를 타고 가면 시내로 편히 갈 수 있지만, 택시비도 아깝고 5.16 도로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버스를 탈 수 있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저 뒤로 한라산 정상이 조망되었다. 저기서 내려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피곤했었던 그때.


제주의료원까지 걸어 와서 제주시내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 아까 성판악으로 갈 때 탔던 버스와 방향만 다른 동일한 버스이다.


영재君의 아이폰으로 "제주시청, 흑돼지" 로 검색한 결과 많은 블로거들의 소개가 있었단 연탄집으로 가서 흑돼지 오겹살을 거하게 즐기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 역시 제주 흑돼지는 육지 삼겹살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약 10만원 남짓 비용으로 제주도 한라산 왕복을 하루만에 하고 왔다. 저렴한 가격에 빡센 일정. 즐기기에는 좋으나 상품화시키기에는 힘들듯 하다고 일갈하는 모군. 상품화시키기에는 힘들어도 즐길 사람들을 더 모아서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한라산이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다시 올께.



-여행 일정 요약-
06:20 김포공항 도착
06:55~08:00 김포발 제주행 제주항공 첫번째 비행기로 이동
08:15~08:20 제주공항에서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 (택시)
09:00~09:35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판악 등산로 입구까지 이동 (시외버스)
09:37 성판악 출발
10:12 해발 900미터 통과
10:26 해발 1,000미터 통과
10:51 속밭 대피소
10:57 해발 1,100미터 통과
11:16 해발 1,???미터 통과 (해발고도 표지석이 눈에 쌓여 숫자가 안보였음, 1,200미터로 추정)
11:24 사라오름 갈림길
11:45 해발 1,400미터 통과
11:58 진달래밭 대피소 도착
12:30 진달래밭 대피소 출발
12:47 해발 1,600미터 통과
13:00 해발 1,700미터 통과
13:20 해발 1,800미터 통과
13:37 해발 1,900미터 통과
13:40 백록담(한라산 동능 정상) 도착
14:06 하산 시작
14:46 용진각 대피소
15:00 삼각봉 대피소 도착
15:40 삼각봉 대피소 출발
16:15 탐라계곡 대피소
17:40 관음사 입구 도착, 하산 완료
18:00~18:40 관음사 입구에서 제주의료원까지 도보 (약 4km)
18:45~19:10 제주시청 앞으로 이동, 저녁식사
21:05~22:10 제주발 김포행 제주항공 마지막 비행기로 이동

23:30 낙성대 집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