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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전라도

(2006. 12. 25. 월요일) 맛있는 전주 비빔밥과, 오래 된 향기가 묻어 있는 기차역을 찾아서....(춘포역, 임피역) (2007.1.1 작성)

 

유난히 비빔밥이 땡기는 휴일이었다.

갖가지 나물들이 듬뿍 들어간 비빔밥.....갑자기 간절하게 생각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로의 여행을 유도하는, 내 마음속의 잠재된 역마살이 보내는 신호에서 연유하지 않았을까.

 

단순히 비빔밥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휴일, 예정에도 없던 하루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전주에 가는 김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 전라선 춘포역과 군산선 임피역을 다녀오기로 하니 출발하기 전부터 많이 설레는군.

 

전날 크리스마스 이브.

외로운 친구들끼리 흑석동에서 한잔 하고

知己之友 Y君 집에서 잠깐 눈을 붙인 다음

아직 해가 얼굴을 드러낼 기색이 보이지 않는 새벽녘에 나와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영등포역에서 06시 12분에 출발하는 용산발 광주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이는 없었다. 다들 취침삼매경에 빠져가고...

나 또한 부족한 잠을 청해본다.

기차는 수원-평택-천안-전의를 거쳐 어느덧 조치원에 도착했다.

여기서 8시에 출발하는 대전발 제천행 무궁화호로 환승하여 청주까지 가는 것이 첫번째 여정!

 

 

조치원역은 임관 직전 전국일주를 하면서 역 방문 기념 스탬프를 수집하러 온 이후 거의 3년만의 방문이다.

새벽 2시 경에 도착했었던 그때와 많이 다르군...

어떤 아주머니가 "학생, 쉬다가~~" 하며 잡아 끌던 기억이....^^;;

 

이윽고 제천행 열차가 들어왔고, 10분간 달려서 청주역에 도착하였다.

충북선 조치원-청주역 구간은 처음 탑승해 봤기에 어느정도 의의를 찾을 수 있을 듯.

청주역 또한 조치원역과 마찬가지로 임관 직전 스탬프 수집을 위해 방문한 이후 처음이다.

역 건물은 으리으리하게 잘 지어 놓았지만, 청주시 서쪽 외곽 귀퉁이에 있는 위치 때문에 수요가 적은 편이다.

청주에서는 기차보다 버스가 확실히 편하다.

다만 조치원역과 청주역 스탬프를 다시 받으러 기차를 타고 온 것이니.

 

 

역 앞 사거리에서 찬 바람을 맞아 가며 20여분 기다렸다가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놀랍게도 기사님이 여자분이다.

다소 색다른 광경이다.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달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9시 5분에 출발하는 전주행 시외버스를 타고 전주로 가는 것이다.

터미널에서 약 20분간 여유시간이 있어서 김밥 두줄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실은 채 청주를 빠져나갔다.

워낙 잠이 부족하고 피곤했기에 버스에서는 거의 시체놀이 하다시피....

좌석이 종아리 받침까지 있는 우등형 버스라서 전주까지 가는 두시간 동안 푹....잤다. 개운하게.

 

유성터미널을 거쳐 전주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정각.

전주에서 보낼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기에

다소 먼 거리지만, 걸어서 전주 시청 쪽으로 가기로 했다.

전주 시청 뒷편에 40년 전통의 전주비빔밥 전문점 "성미당"의 맛을 보기 위해서.

하지만, 전주 시내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다소 구불구불 돌면서 헤매다가

거의 한 시간 걸려서 성미당에 도착했다.

약간 시간이 빠듯해 져서 조금 서둘러야 할 듯...

 

 

성미당은 외부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곳인데

이름만 듣다가 이번에 일부러 찾아간 것이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

육회비빔밥이 만원, 비빔밥이 8천원, 떡국이 6천원, 전복죽이 7천원이었나....

반찬은 전라도 음식답게 굉장히 많이 나온다. 10개는 족히 넘을 정도로.

이윽고 놋그릇에 담겨진 비빔밥이 나왔다. 다양한 나물과 반찬....

8천원이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듯.

다음에 다시 와서 먹고 싶다. 맛이 굉장한걸..

 

성미당에서 나와 전주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탔다.

정류장 앞에 있는 전주 객사에 잠시 들렀다.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

꼼꼼히 보고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아까 성미당 찾다가 시간을 다 소비해버린...)

사진만 간단히 찍고 나왔다.

 

 

118번 시내버스를 타고 전주역에 도착하니 오후 한 시가 넘어간 시간.

전주역에서 스탬프를 받고

1시 15분에 출발하는 군산행 통근열차에 올라탔다.

 

이제 본격적인 간이역 답사가 시작되는 셈.

군산행 기차를 타고 얼마 가지 않아 정차한 삼례역에서 내렸다.

내가 가고자 하는 춘포역은 아쉽게도 정차하지 않기에, 삼례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삼례역에 내려서 얼마 기다리지 않아 춘포 경유 익산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도착했고, 순식간에 나를 춘포에 내려놓는다.

 

춘포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모습이었다.

면소재지로서 그렇게 크지도 않고, 황량한 모습과 함께 작은 규모도 아닌.

버스에서 내려 100미터 정도 들어가니 드디어 춘포역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역 건물로 남아 있다는 춘포역.

지금은 역무원들도 다 철수해 버리고 남은 것은 건물 밖에 없다.

빛 바랜 페인트 칠과 지붕은 오랜 역사를 대변해 주는 듯 했다.

 

대합실 내에 있는 시간표를 보니 한참 전의 것이군.....

 

역 광장(?)에는 이쁜 나무 한 그루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는데,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관리되는 듯 했다. 아담하게 자리잡은 역목에서 역의 오래된 자태가 느껴지는 듯.

 

쓸쓸한 간이역의 풍광에 사로잡혀 한 시간여를 보낸 후, 이제는 임피역으로 가기 위해 또다른 완행열차에 탑승했다.

춘포역은 역무원이 없으므로 차내에서 승차권을 발매받아야 하는데,

여기 오기 전 삼례역에서 미리 승차권을 발권을 받아서 새로 구입할 필요는 없었다.

 

춘포역에 하루 두 번 있는 군산행 열차.

오후 2시 56분에 출발하는 오늘의 막차를 타고 익산을 거쳐 임피역에 내렸다.

 

임피역 또한 춘포역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일제시대 건물이라니....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역무원이 상주하는 곳이었지만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사유로 이곳도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 되었다.

그래서 오래 된 간이역이라는, 보존 가치가 있는 문화재이지만 점점 방치되어가는 느낌도 들었다.

 

춘포역 처럼 사방이 거의 평지라서 어찌 보면 덩그러니 있는, 황량한 분위기도 느껴지지만

나름대로 그 멋에 취할 수 있어서 좋다.

 

임피역에서 한시간 여를 보내고, 군산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조류 인플루엔자로 떠들썩하던 이 동네..

군산으로 가는 도중 방역차량이 내가 탄 버스에도 물세례(?)를 퍼붓는다...

 

군산역에 내려서 군산역 스탬프를 수집하고

3년여 만에 군산-장항 도선장에 왔다.

여전히 그대로인 이곳....

한강보다 조금 넓은 바다를 건너 장항으로 가는 통통배를 타러 사람들은 많이 모인다.

3년 전 보다 요금은 500원이 올라 1,500원이다. 너무 오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금강 하구둑으로 돌아서 장항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3,40분은 족히 걸리지만

도선장에서 배를 타고 가면 15분이면 충분하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배 위에서는 볼거리가 많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같이 가는 갈매기,

멀어져가는 군산 시내의 모습.

저 멀리 월명산도 보이고...

장항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오래된 제련소 굴뚝도 보이고...

 

장항 도선장에 내리니 해가 거의 저물었다.

도착하니 저녁 5시 35분...

부지런히 장항역 까지 걸어가 오늘의 장항선 무궁화호 마지막 열차(17시 50분 발)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새벽까지 놀다가 얼마 잠도 안자고 강행한 하루짜리 여행이어서 무척 피곤했지만..

처음 가 본 춘포역과 임피역에서 오래 된 역사의 향기를 직접 맡을 수 있었고...

진짜 전주비빔밥이 무엇인지 직접 맛볼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요즘은 여행이 뜸해지지만......여행은 하면 할 수록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

시간만 더 있었으면.

 

하여간....2006년의 여행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새로 시작하는 2007년에도 다양한 곳으로 떠나보고 싶다.

 

여행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