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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투어_국내여행/전라도

(2007. 4. 7. 토요일 ~ 4. 8. 일요일)미항 여수를 찾아... (2007.4.29 작성)

  

 

 (향일암에서 바라본 임포 마을 전경. 위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북이 목 처럼 생긴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바다 결핍증" 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다를 좋아한다.


바닷가에서 수평선을 응시하면 온갖 잡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다가도 나도 몰래 평온함의 경지로 젖어들어가게 된다.


회사 업무 스트레스 등등 머릿 속이 많이 복잡해지다가, 복잡한 머리도 정리하고 그냥 바다가 보고 싶어서 지난 4월 7일 토요일 저녁, 집을 나섰다.


지도와 인터넷으로 행선지를 저울질한 결과 최종 낙찰된 곳은 여수.


여수는 이름부터 여행자의 설레임을 풍기는 듯…..여행의 쓸쓸함이라고나 할까.


여튼 혼자 떠나는 여행길에 억지로 갖다 붙이자면 적합한 이름인 셈이다.
 
여수로 가는 무궁화호 밤기차는 용산역에서 22시 50분에 출발하지만, 시간이 꽤나 남았기에
차비도 아낄겸 해서 천안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천안에서 여수행 무궁화호를 타기로 하였다.


23시가 넘어가는 시간, 천안행 전철은 평택을 지나니 칸마다 2~3명 정도만 채워서 간다.


내가 탄 제일 뒷칸은 그나마 두정역에서 나머지 사람들이 다 내려서 졸지에 전철 한 칸을 전세내어 가는 셈이 되었고.

이윽고, 천안역에서 여수로 가는 #1515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내일의 여정을 다시 한번 마음 속으로 정리하며 밤기차에 몸을 맡긴 채, 스르륵 잠이 든다.


열차는 익산에서 전라선으로 갈아탄 다음, 전주-남원-구례구-순천을 지나 여수역에 정시인 새벽 4시 18분에 이상없이 도착했다.


열차 시트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가 제대로 잠을 자지는 못했지만, 계획된 여행을 위해서는 다시 한번 몸을 추스리며 기지개 한번 펴고 내렸다.

 

아직, 새벽 먼동이 트려면 한참 있어야 할 시간. 새벽의 여수역.

여수역에는 1년 만에 다시 왔는데, 뭐 그대로였다.


기념으로 여수역 방문 기념 스탬프를 받고 부리나케 여수역전 사거리 너머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새벽 4시 30분에 돌산 향일암으로 가는 시내버스 첫차가 있다는 사전 정보 때문이었다.

 

열심히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첫차를 기다려 보지만 4시 30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예전에 향일암 갈 때는 이시간에 분명히 버스가 있었는데..하며 생각해 보지만, 불안한 마음도 조금씩 든다.


혹시라도 한시간 후에나 차가 오는건 아닌지...


얼마간 초조해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4시 45분쯤,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들어왔고, 사뿐히 버스에 올라탔다.


그제서야 안 사실이지만, 4시 30분이라는 버스 시간은 기점 시간표였고, 여수역 앞까지 오는데 15분 정도가 소요되었기에.....초조한 기다림은 부질없는 것이었다.

 

여수시내를 한바퀴 돌아 멋진 돌산대교의 야경을 바라보며 드디어 돌산도로 접어들었다.


돌산도에 접어들어 20분 남짓 달렸을까.....아직 어둑어둑하지만, 버스는 종점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여수역에서 향일암까지 타고 온 111번 시내버스 첫차. 아직 많이 어둑어둑하다.)

 

1년 만에 향일암에 도착.

버스 정류장에서 20여분정도, 땀흘리며 향일암에 올랐다.

 

오전 6시 경으로 예정된 일출을 보기 위해서 전국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해 사람들은 향일암 앞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난번에 향일암을 찾았을 때에는 이정도 인파는 아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번잡해져서 가만히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마이너스 효과이다. 쩝.

 

(향일암을 가득 메운 관광객들. 날이 잔뜩 흐려서 기대했던 일출은 보지 못했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지금껏 일출 보러 바다에 갔을 때 제대로 된 일출을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흐린 날씨는 태양을 바깥으로 좀처럼 꺼내 주려 하지 않는다.


이윽고, 주위는 다 밝았지만, 수평선 위 하늘은 어두운 구름만이 덮여 있을 뿐.


아...날씨가 이렇게 안 도와주다니...

 

향일암에서 잠시 다도해 망망대해를 조망해 본 다음
향일암 뒷산인 금오산으로 향했다.


1년 전에 찾았을 때에는 등산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금오산에는 오르지 않았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모습도 궁금하였고, 향일암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떄문에
조금 피곤하더라도 금오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향일암에서 금오산까지는 410m 라고 하는데, 뒷산이 제법 높아 보였지만 산허리 바로 아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았다.


약 15분정도 오르니 이윽고 금오산 정상이다.

 

아래쪽 향일암에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더니
금오산 정상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향일암보다 오히려 일출 구경하기 더 좋은 환경이었다.

 


(금오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임포 마을. 거북이 두 마리가 바다로 나아가려는 형상이다.)

 

 

망망대해와 다도해, 이름 모를 섬들....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다만 바깥으로 나오기를 주저하는 태양이 없어서 아쉬웠을 뿐.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

 

 

금오산에서 오래토록 머무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고 싶었지만,
일정이 빠듯한 관계로 올라왔던 길을 이용하여 다시 내려왔다.


향일암을 거쳐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와, 여수 시내로 들어가는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임포 마을을 빠져나왔다.


한 손에는 카메라와
다른 한 손에는 여수 돌산의 자랑, 갓김치를 싸 들고.

 

돌산공원에서 내렸다.
돌산대교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조망해 보기 위해서
돌산도 입구에 있는 돌산공원은 돌산대교와 여수시내의 모습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이 멋진 곳이다.


밤에 와서 야경을 바라보면 더욱 멋질 듯 하다.


나중에 자가용으로 왔을 때, 꼭 밤에 와야지 하는 다짐이 계속 들던 돌산공원의 모습.

 

(돌산공원에서 바라본 돌산대교)

 

돌산공원에서 나와 돌산대교를 도보로 건넜다.


우측으로 보이는 여수항과 시내 풍경....미항 여수다웠다.

 


(돌산대교에서 바라본 여수항)

 

경남 통영항과 함께 멋진 항구도시의 모습이다.

 

시내에 있는 진남관을 찾았다.


임진왜란 시절 전라 좌수영 본 건물로 오래 된 목조 건축물로써, 국보 304호로 지정된, 여수의 명물이다.


목조 건물치고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는 진남관은
오늘처럼 낮에 찾아오면 다소 황량한 느낌도 받지만, 야경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실제로 사진을 보니 야경이 굉장하던데.....
에구에구....이거, 여수에는 다음 번에는 밤에 찾아오던가 해야지.

 

 

(진남관에 걸터 앉아)

 

이제 서울로 올라와야 할 시간.


제대로 자지 못한 데다가 무척 걸었더니 피곤함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여수에서의 추억을 더 쌓고 싶었지만, 시간이 허락해 주지 않는구나.


아쉬운 마음을 조금 간직하고 용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을 수 밖에.

 

 

(여수역에서 500m 정도 오동도 방향으로 철로는 이어지고 이윽고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멈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기차 선로. 또다른 의미의 철도 중단점이다.)

 

 

직장인이라면, 주말에 이렇게 "묻지마 여행" 에 나서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주말에는 푹 쉬어주어야 하기에.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빠져들다 보면 묘한 매력이 솔솔 풍긴다.


다음번에는 어디로 떠나볼까나.


이런 싫지 않은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덧 한달 두달이 지나가 버리는 게 여행이라는 것.

 

이제는 국내 여행기 쓰기가 지긋지긋해지는군.


다음번에는 해외 여행기를 빨리 쓰고 싶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

 

여행은 계속 된다.